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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기

published 2026-08-04part 01 / 0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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몇 달 전에 간단하게 만들어놓은 게 있었다. 내 관심 분야를 지정하고, 그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·데이터 쪽 소식을 긁어 조합해 아이디어로 정리하고 제안하는 자동화 작업이었다. 한동안 돌려놓고 보니 40개가 넘어갔다.

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목록(idea-bank)을 열지 않게 되었다. 표면상의 이유는 회사를 다니면서 그것들을 파악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. 어쩌다 좀 구미가 당기는 게 나와도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거나 제대로 파려면 며칠씩 드는데, 그 시간을 낼 엄두도 없거니와 다음 날 되면 또 다른 아이디어가 얹히니 피로감이 들었던 것 같다.

또 다른 이유는, 매일 그럴듯한 항목들이 쌓이기는 했으나 '이건 진짜 해봐야겠다' 싶은 건 드물었다는 것이다. 내부적으로는 아이디어마다 중복 검사와 여덟 척도 기반의 다각적 평가를 해서, 점수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재생성하는 루프를 걸어두고 있었다.

생성하는 쪽과 채점하는 쪽이 같은 모델이었다. 미달이면 다시 생성으로 —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매기는 루프.

그렇게 나온 점수가 어느 순간부터 죄다 7.3~7.5점 언저리였다. 처음엔 튜닝이 덜 됐나 했는데, 문제는 거기가 아니었다.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도, 그걸 여덟 척도로 채점하는 것도 결국 같은 모델이었다. 자기가 만든 걸 자기가 매기니, 웬만하면 다 '그럭저럭 괜찮다'는 점수로 모였던 것이다. 실제로 마흔두 개 중 스물다섯 개가 7.38에서 7.48 사이에 몰려 있었고, 8점을 넘긴 건 일곱 개뿐이었다. 점수가 기준에 못 미치면 다시 만들게 해뒀지만, 정작 걸린 게 하나도 없었다. 마흔두 개가 전부 통과였다. 거르라고 만든 장치가 아무것도 거르지 못한 셈이다.

쏠림도 있었다. 개발 도구 쪽이 전체의 38%였는데, 내가 정해둔 상한은 25%였다. 한 분류가 너무 쏠리면 경고하라는 규칙을 넣어두긴 했다. 다만 그게 코드로 강제한 것이 아니라 프롬프트에 적어둔 문장일 뿐이라, 모델은 지키지 않았다. 적어두기만 한 규칙은 규칙이 아니었다.

그러다 문득, 애초에 내가 idea-bank에 뭘 원했던 건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. 매일 숙제처럼 쌓이는 '해야 할 것' 목록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. 정말 당기는 건 목록과 상관없이 어차피 그 자리에서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. 내게 필요했던 건, 뭔가를 만드는 동안 이 바닥에서 뭐가 움직이는지 곁눈으로 볼 수 있는 창이었다. 아이디어를 채점해 쌓는 대신 오늘 알아둘 만한 소식 하나를 골라 적어둔다. 그게 지금 만들고 있는 dev-news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