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컬럼

published 2026-10-05part 01 / 1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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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릴 때 롯데 선수들 성적을 다 외웠다. 누가 몇 개를 쳤고 평균자책이 얼마인지 묻는 사람도 없는데 외웠다. 야구를 그만큼 좋아했다.

영어 학원에 다니던 때는 99.9MHz에서 나오던 KNN 야구 중계를 들었다. 그걸 원어민 선생님한테 영어로 다시 중계했다. 지금 1루에 누가 있고 볼카운트가 몇 대 몇인지 영어로 옮기는 일이었다. 영어도 늘리고 야구 얘기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.

메이저리그는 야구 게임으로 들어갔다. 카드를 뽑았더니 팀 린스컴이 나왔다. 그 카드 하나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보기 시작했고 그러다 리그 전체를 봤다. 린스컴은 지금 이 사이트에 지면이 있는 일곱 명 가운데 한 명이다.

나중에는 롯데 자이언츠 R&D팀에서 일했다. 좋아하던 걸로 밥을 벌던 시절이다.

회사에 다니면서는 출퇴근길에 메이저리그 선수 글을 읽었다. 나무위키 선수 문서를 읽거나, 한 선수의 커리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컬럼을 읽었다.

감명 깊게 읽은 컬럼은 수치를 나열하지 않았다. 그 숫자를 선수의 연대기에 녹여 넣었고, 거기서 한 발 더 갔다. 어떤 집에서 자랐고 야구를 어쩌다 시작했고 어느 해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까지 적혀 있었다. 경기장에서는 볼 수 없는 이력이다. 다 읽고 나면 성적표가 아니라 그 선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남았다.

나도 그런 글을 만들고 싶었다. 한 명을 쓰는 게 아니라 쓰는 방식을 만들어 두고 계속 돌리고 싶었다. 선수 이름을 넣으면 기록이 나오고, 그 기록 위에 문장이 서고, 숫자가 틀리면 막히게. 잘 되면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도 있었다.

그렇게 만든 게 art-mlb-player다. zerovoids.art의 선수 지면을 짓는 엔진이고 지금 일곱 명이 올라가 있다. 숫자를 뽑고 검사하는 일은 전부 코드가 한다.

막상 시작하니 정할 게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. 그 해를 무엇이라 부를지, 사진을 몇 장 걸지, 기록이 비어 있는 칸을 어떻게 다룰지. 이 연재에 그걸 하나씩 적는다.